[칼럼] 김우환 칼럼 제15탄 인생의 원산지는?

박준민기자 | 기사입력 2020/10/15 [08:47]

[칼럼] 김우환 칼럼 제15탄 인생의 원산지는?

박준민기자 | 입력 : 2020/10/15 [08:47]

페이스북에 친구가 식당에 가면 볼 수 있는 식재료별 원산지가 쓰여진 안내판을 올렸다.

예컨대, 쭈꾸미는 베트남산, 김치는 국내산/중국산, 쌀은 국내산, 인생은 ‘산너머 산’이라고 쓰여졌다.

 

 

인생은 ‘산 넘어 산’,...
 

우와~ 진짜 대단한 재치다.

물론 앞과 뒤의 ‘산’의 발음은 같지만, 한자어의 표기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말의 장점 중 하나가 같은 발음이지만 뜻은 여러 가지로 다르게 표현되는 것 아닌가.

‘말’이라고 했을 때, 타는 말(馬)인지 대화하는 말(言)인지는 전체적인 문맥과 흐름을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흔히, 원산지라고 하면 나라 이름을 말하는데, ‘산너머 산’은 지구상에 어디 있는 곳일까?

그렇다면, 인생이란 요리에서 어떤 식재료를 말하는 것일까? 호기심과 궁금함이 슬슬 생기기 시작한다.

 

 

점심 식사를 위해 류면수회장과 함께 식당에 들렸다.

회사 주위에 있는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 맵고 짜게 끓인 충청도 요리인 ‘짜글이’가 먹고 싶었는데, 그 곳이 명태요리 전문점인 ‘명태어장’이라는 식당으로 바뀌어져 있다.

메뉴를 보다가 추천 메뉴인 ‘매콤명태조림’을 시켰다. 입맛을 서서히 다신다.

 

예전에는 너무 매워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먹었는데, 좀 덜 맵게 해 달라고 주문하니 먹을 만 했다.

 

 

명태는 단백질도 풍부하고 콜라겐도 풍부하다고 한다.

 

과거엔 명태가 너무 풍부해서 다소 천한 대접을 받았고, 상대적으로 값싼 명태는 서민들의 밑반찬으로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해 온 대표적인 어종이다.

인생의 메뉴가 ‘산너머 산’이라면, 어쩌면 명태의 메뉴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양명문 시인의 ‘명태’라는 걸쭉한 시를 한번 보자.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꼬리치며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쯔쯔쯔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북어: 말린 명태 바리톤 오현명씨 노래를 들으면 더욱 실감이 난다.

 

당장 북어 한 마리 뜯고 싶은 심정이다.

명태의 일생도 결코 순탄치 않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줄지어 다니며 놀다가, 커서는 짝을 만나 춤추며 다니다가 ‘애코’ 어쩌다 그물에 걸렸는데 다행히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렸단다.

덕분에 원산 구경하고 미라가 되어 에집트 왕 신분이 되었지만, 어느 날 밤에 어떤 시인의 술 안주가 된다.

 

쫙쫙 찢어져 몸은 없어져도 이름만은 남는다고 한다.

 

바다에서 잡은 명태를 ‘생태’라 하고, 맑린 명태를 ‘북어’라고 하는데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어'는 ‘미이라’인 셈이다.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야심한 밤에 배가 출출해서 냉장고에서 뜯기고 찢어진 ‘북어’와 ‘멸치’와 ‘사과’와 ‘곶감’을 접시에 담아 먹는다.

 

짠 바다 속에서 성장해온 녀석들이지만 짜지 않고 오히려 구수한 맛이다.

 


 

명태의 인생, 그 역시 ‘산너머 산’이다. 그래도 그 이름만은 널리 남는다고 하니, 얼마나 행복한가.

옛 성현들도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았는가.’

 

명태는 가죽조차도 안 남긴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 젓, 아가미는 아가미젓,눈알은 구워서 먹고, 속살은 국 끓여먹고, 기름은 약용으로, 가죽은 콜라겐으로 쓰이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는 것이 명태의 운명이다.

 

인생이 ‘산너머 산’이라지만, 앞산과 뒷산은 결코 같은 산이 아니다.

코로나19 시대의 식재료에 ‘인생’이 있고, 그 원산지가 ‘산너머 산’이라고 하지만, ‘산 넘어 산’은 끝 없는 산이 아니고, 가려진 산을 또 넘어가면 마침내 우리의 보금자리가 나올 것이다.

 


원산지 ‘산너머 산’은 하늘에 있는 것도 땅속에 있는 것도 아닌 우리 마음속에 있지 않겠는가.(사진제공= 강석희변호사 )    강원종합뉴스 칼럼니스트 김우환의 글

 

 

 

 

강원종합뉴스 북부취재본부 박준민기자

www.kwtotalnews.kr   

joe9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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