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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칼럼 21탄 ' 배불뚝이 오징어순대 '

박준민기자 | 기사입력 2020/12/10 [09:17]

[칼럼] 김우환칼럼 21탄 ' 배불뚝이 오징어순대 '

박준민기자 | 입력 : 2020/12/10 [09:17]

갑자기 오징어 순대가 먹고 싶어진다.

 

아내도 오징어를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라, 저녁에는 내가 오징어 순대를 선보이겠다고 하니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사실 오징어는 마른 것보다는 물오징어가 고소한 맛은 덜하지만 연하고 먹기가 좋은 편이다.

아내는 오징어순대를 하려면 본인이 뭘 준비해야 되는지 눈길을 준다.

나는 아주 간단히 오징어순대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시장에 들려 싱싱한 오징어 두 마리를 샀다.

싱싱한 오징어는 등 부분의 색상이 좀 거무스레하다.

 

 

가게 사장이 습관처럼 손을 봐 줄려는 것을 사양하고 온전한 상태로 집으로 가져왔고, 오징어 뱃속에 넣을 만두도 한 봉지 사왔다.

우선 오징어 손질을 해야 하는데, 어릴 때 울릉도에서 오징어 손질을 해 본 경험을 기억하면서 검은 먹통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오징어 뱃속으로 집어 넣어 내장을 빼냈다.

다행히 두 마리다 성공적으로 내장을 빼내고 내부를 씻었다.

 

사실 오징어순대는 먹통만 빼고 내장이 든 채로 오징어를 찜기에 쪄 썰어 먹으면 그것이 진짜 오리지널 오징어순대가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식으로 오징어 뱃속에 사온 만두를 꽉꽉 집어 넣었다.

                                                                     

큰 오징어에는 만두 4개, 작은 오징어에는 만두 3개를 넣었더니 비켜 나올 것 같아 이쑤시개로 입구를 꿰매었다.

 

드디어 찜솥에 넣어 가스 불을 올린다. 오징어 다리 부분은 긴 다리 옆 두 작은 다리 가운데를 칼로 베어 좌우의 오징어 눈을 제거한 후 씻어 무와 두부를 넣고 소금을 약간 뿌려 시원한 오징어다리 국을 만들었다.

 

 

15분 정도 가스불로 찌고, 찜솥 속을 보니 흰색의 오징어가 붉게 변했고, 배는 퉁퉁 부어 오르고 속에 넣은 만두는 압력에 조금 밖으로 삣어 나왔다.

 

뚜껑을 열고 오징어 순대를 꺼내 도마 위에 놓고 보니 통통한 것이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드디어 000표 오징어 순대가 나가신다’하며 큰소리 치고 난 후, 오징어순대를 칼로 썰기 시작한다.

초장을 좀 묽게 만들어 찍어 먹는데 식감이 좋았다.

어머님도 맛 있으시다며 흐뭇하게 드시고, 아내도 예상 외로 맛있다며 잘 먹는다.

 


오징어 순대

다들 잘 드시니 보람도 있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서비스해야겠다는 자비심이 생긴다.

만두는 고기만두보다는 김치만두가 나을 것 같다고 아내는 말한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다음에는 김치만두를 속에 넣어 볼 생각이다.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아침에는 기존의 식재료를 활용해서 볶은 밥을 자주 만드는 편이다.

볶은 밥에 계란후라이와 우유, 야채와 아로니아, 그리고 석류나 단감으로 마무리하면 깔끔하게 가족 한끼 식사가 해결된다.

 

 

엊그제 점심때에는 지인과 병어조림을 함께 먹었는데,

병어의 부드러운 식감과 얼큰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어 밥을 한 그릇 반이나 먹는 우(遇)를 범하고 말았다.

간장게장이나 굴비만 밥 도둑놈이 아니였다. 이 놈, 병어도 영창감인 밥 도둑놈이였다.

 

                              

이번 주말에는 자유시장에 들려 지난번에 눈도장 찍어 놓은 병어를 몇 마리 사 와서 병어조림을 직접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밖으로 잘 나가지 않으니, 집에서 요리해 보는 것도 소소한 기쁨이다.

왜, 사람들은 먹는데서 행복을 느낄까.

인간의 뇌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 쾌락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결국은 요리와 사람이 상승 작용을 하여 행복하게 되는 것 같다.

어머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곡간에서 인심 난다, 먹는 데서 인심 난다’ 고,... 식사는 함께 먹는 사람의 마음 문을 여는 작용을 하게 된다. 그래서 늘 함께 밥 먹는 가족들은 짤그락 거리기도 하지만 소통도 잘 되는 것이다.

 

 

오징어순대의 배가 만두속으로 풍만한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행복속으로 풍만해 지길 바라고 싶다.

 

이것이 요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강원종합뉴스 칼럼니스트  김우환의 글)

 

 

 

강원종합뉴스 북부취재본부 박준민기자

www.kwtotsalnews.kr     

joe91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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