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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보리굴비 우정의 상징'

김우환 논설위원 제97탄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11/19 [09:46]

[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보리굴비 우정의 상징'

김우환 논설위원 제97탄

김우환 논설위원 | 입력 : 2021/11/19 [09:46]

오랜만에 굴비가 먹고 싶다. 쫄깃하며 고소한 듯 쌀밥에 잘 어울리는 고기다.

 

친구랑 굴비를 전문으로 하는 집을 못 찾아 대신 보리굴비를 먹으려 간다.

 

보리굴비는 조기를 겉보리 속에 보관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빠지면서 살이 단단해지고 약간 발효된 상태에서 먹는 고급 요리에 속한다.

 

▲ 보리굴비   © 김우환 논설위원

 

보리굴비는 조기가 아닌 옅은 황금색을 띤 부세라고 하는 고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민어과인 부세는 주둥이 끝이 약간 둥글고 몸이 통통하고 조기와 비슷하나 맛은 조기보다 좀 더 맛있다.

 

한 때는 황금색이라 하여 중국인들이 굴비보다 더 찾은 적도 있었다. 보리굴비 정식이 한 상차림으로 나온다. 

 

마치 아이가 만세 하는 듯 내장이 제거되고 잘 쪄진 메인 메뉴인 보리굴비다.

 

장뇌삼, 새우튀김, 어리굴젖, 추어탕, 겉절이 김치, 두부 등이 차려지고 돌솥밥과 녹차물이 따라 나온다.

 

▲ 추어탕   © 김우환 논설위원

 

공복에 먼저 장뇌삼을 잎부터 생으로 아작아작 씹어 먹는다.

 

밥을 별도의 그릇에 담고 녹차물을 부어 살짝 말아 밥 한 술 뜨고 보리굴비 한 점 먹고, 두부에 김치를 얹어 먹고 추어탕도 먹으니 식사의 흥이 돋는다.

 

살짝 냄새는 나지만 꼬들꼬들한 고깃살이 짭짤하여 입맛이 돌아오는 데는 단연 최고의 메뉴다. 

▲ 어리굴 젖   © 김우환 논설위원

  

소금기의 짠맛과 얼큰한 고추장의 맛이 없다면 한국인의 입맛을 붙잡을 수 없듯이 음식의 궁합도 잘 이루어진다.

 

각각의 음식은 독특한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이 서로서로 어우러져 화합하여 맛을 내니 손님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식사 시간이 약 30분 정도 지나니 보리굴비는 머리와 뼈만 조금 남는다. 보리굴비는 마치 우정의 상징이다.

 

볏짚에 서로서로 얽혀 묶여있는 우정이 보기 좋고, 각각 숙성된 맛으로 다른 고기와 차별화된 특별한 개성의 맛을 내니 보리굴비는 진정한 벗들의 상징이 아닌가 한다.

 

▲ 녹차물에 말은 밭  © 김우환 논설위원

 

‘보리’라는 성씨를 부여받은 ‘보리굴비’는 화려하게 밥상에 군림한다.

 

녹차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보리굴비의 짭짤한 맛을 약간 중화시켜주고 느끼한 맛까지 잡아주어 녹차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은 ‘신의 한 수’ 인 것 같다. 

▲ (사진제공 김수남 작가)  © 김우환 논설위원

 

입맛이 없을 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친구들과 보리굴비를 찾고 싶다. 그 때까지 잘 숙성되길 ‘보리굴비’에게 축복해 본다.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국 김우환 논설위원

www.kwtotal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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