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다 지나갈 즈음,
어느 전철역 주변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분식점에 들어갔다.
역시 김밥이 눈에 띄었다.
보통 김밥 1,500원,...
옆으로 눈을 돌리니, 라면이 4,000원이라고 쓰여있다.
열심히 일하시는 두 노인 분에게 김밥 하나만 먹는 것은 그렇고 해서 라면을 플러스했다.
김밥이 한 줄 나왔다.
김밥은 한 줄에 반찬까지 다 품고 있는 한상의 식사요, 김의 구수한 맛과 참기름의 고소한 맛이 입맛을 당기게 만든다.
김에 대한 유래는 삼국유사, 경상도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되어 있지만, 최초의 김밥 소개는 1930년 3월 7일자 동아일보에 기재되었다고 한다.
‘부인의 알아둘 봄철 요리법(2)’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야유회용 도시락 만드는 법을 소개했는데, “창경원에 꽃구경을 가더라도 식당에 들어가면 양은 적고 비싸니 집에서 준비하여 가지고 가면 편하게 먹을 수 있다”며 산도위치(샌드위치)와 함께 김쌈밥의 레시피를 소개했는데, 레시피는 초밥 형태의 김밥으로 소개되었다.
아무튼 김은 비싼 식재료라 60~7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는 소풍 갈 때만 특식으로 어머님이 싸주신 김밥이 생각난다. 김밥도 썰면, 가운데는 고르고 양쪽 끝은 속이 나와 모양이 좀 나지 않는데, 아버님 식탁에는 고르게 썰은 김밥을 올리고 못난이 김밥은 어머니와 누님들이 먹곤 했다.
김밥은 급할 때, 지갑이 얇을 때 먹는 최상의 서민 음식이다.
요즘은 웬지 충무김밥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 그것은 약간 간을 해 삶아 무친 꼼꼼한 오징어 맛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제주에는 꽁치김밥이 있다는데 그 맛 또한 궁금하다.
이처럼 김밥도 다양한 종류로 발전하고 있다.
라면국물은 김밥의 국 대용으로 마시고, 건데기는 김밥에 보태 배를 채운다.
70년대 초, 처음 먹어본 삼양라면 맛은 밋밋한 국수와는 다르게 정말 짱이였다. "이런 음식도 있었나?" 하는 생각에 감탄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당시에는 얼큰 달싹한 조미료 맛에 라면은 귀하고 귀한 정말 별식이였다.
이제 라면은 종류도 수십가지이며 세계적으로 수출 효자 상품이 되었고, 김밥도 많은 종류로 개발되어 세계인의 입맛을 가로채기 시작해서 현재 K푸드의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2023년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불로 한화로는 약1조2,000억원이며, 중형 휘발유 승용차 약 5만3,732대 수출분에 해당하며, 수출 물량 24만 톤은 봉지면 약 20억 개(120g 포장 기준)에 해당하는 양으로 면발 길이로는 약 1억㎞, 지구를 2,539바퀴 돌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 수출액도 7억9,100만불로 한화 1조원 수출시대를 열었다.
김, 라면 모두 1조원대의 수출효자 상품이 되어 좋지만, 가격이 올라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말,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이 기억난다.
오늘, 오랜만에 김밥에 라면을 먹으니 뿌듯하고 속이 든든하다.
카드로 결재하니 "6천원"이라고 한다. "아니 5,500원 아니고요?"하니, "카드결재는 김밥 2천원입니다"라고 한다. 그래도 저렴한 한끼 식사다.
K푸드인 김밥과 라면은 불황기를 견딜 수 있는 서민의 음식이요, 예전에 주1회 분식의 날이 있었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별식이 아닐까 한다.
김과 라면이 수출 효자상품이라고 하니, 마치 흙 속에 진주를 캔 느낌으로 예삿일이 아닌 듯 하다.
우리 국민들은 특별한 DNA를 부여받은 민족 같다.
오늘 맛있게 먹은 김밥과 라면이 우리에게 자긍심을 안겨주니, 국운이 상승하는 느낌을 받는다.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국 김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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