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143회, '오뉴월의 밴댕이 요리'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만나는 곳에서 사는 밴댕이 맛은 최고다. 그래서 강화도는 밴댕이, 갯벌장어로도 유명한 곳이다. 화합하지 못한다면 더 좋은 맛을 낼 수가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게 한다.요즘은 밴댕이 철이다.
오전에는 땀 흘리며 텃밭을 가꾸고, 점심에는 그 동안 학수고대하며 먹고 싶었던 강화도산 밴댕이를 먹으려 간다.
강화도 후포항(선수포구)은 밴댕이를 조업하는 항구로 유명하다.
밴댕이 무침은 더러 먹어본 적이 있지만, 싱싱한 밴댕이 회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어 잔뜩 기대하며 후포항쪽으로 가고 있다.
마침, 입구에 000식당이 시상도 받고 방송에도 나가고 잘 나가는 식당같아 밴댕이 조업하는 선주들이 식당을 운영하는 항구쪽으로는 내려가지 못하고 초입의 식당에 들렸다.
메뉴판을 보다가 4인이 먹을 수 있는 '밴댕이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밴댕이는 보리이삭이 익어갈 때, 산란 전 오뉴월에 가장 맛있다고 하며, 특히 내장이 별로 없어 먹기가 좋다.
같은 청어과로 가을에 전어라면, 늦봄과 초여름 오뉴월엔 밴댕이가 입맛을 당긴다.
밴댕이와 전어는 생김새가 4촌 같아 둘 다 친근감이 가고, 구워 먹으면 고소하고 회로 먹으면 쫄깃한 호감이 가는 바다 녀석들이다.
이 식당엔 손님은 많은 편이나 서빙하는 분은 적어 좀 기다려야했다. 밴댕이 회, 밴댕이 회무침, 밴댕이 구이, 밴댕이 튀김 등 밴댕이 요리 4형제가 코스로 나온다.
밴댕이는 성질이 더러워 ‘밴댕이 소갈머리' 또는 '밴댕이 소갈딱지'(속이 좁은 뜻) 라는 말도 있지만, 성깔있는 사람이 어떤 면에서는 자신감이 있듯이, 은빛의 밴댕이회가 아주 고급스럽게 입맛을 낚시질 한다.
밴댕이회를 초고추장에 무쳐 깻닢에 쌈을 싸 먹어본다.
역시, 깻닢의 향취가 뱅댕이회를 꿀맛으로 만들어 준다.
밴댕이 튀김도 맛있다.
언젠가 가자미 밀가루 튀김, 닭 밀가루 튀김을 맛있게 먹었는데, 그 때의 그 맛 생각이 난다.
밴댕이 무침도 밥으로 비벼 먹으면 맛있다.
매운탕이 나오기 때문에, 밥은 아껴두고 무침도 쌈 사 먹는다.
나에게는 상추보다 깻닢으로 싸 먹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다.
밴댕이 구이가 고소하다.
가을 전어 같이,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뼈를 바를 필요도 없이 꼬리에서 머리까지 통채로 씹어 먹는다.
말린 포 무침도 아작아작 씹는 식감이 좋다.
마지막으로 매운탕이 나온다.
얼큰 시원한 국물이 요리를 유종의 미로 마무리케 한다.
강화도는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 갯벌, 산세, 해안선, 해안도로, 돈대, 카페 등이 마음을 끌고, 밴댕이가 식욕을 자극하는 그런 곳이다.
이런 곳에서 점심 한상은 노동의 피로를 풀고 힐링하기에 딱 좋은 것이다.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만나는 곳에서 사는 밴댕이 맛은 최고다.
그래서 강화도는 밴댕이, 갯벌장어로도 유명한 곳이다.
화합하지 못한다면 더 좋은 맛을 낼 수가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게 한다.
모내기 철인 지금이 밴댕이 먹기에 가장 좋은 시즌이다.
애고, 잘 못 먹다가는 '밴댕이 속갈딱지' 처럼 될라,...
강화도 갯벌 내음이 마치 고향처럼 느껴진다.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국 김우환 논설위원 <저작권자 ⓒ 강원종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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