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154회, '정감이 살아 있는 부대찌게'

아무리 좋은 음식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거나 대중적이지 못하다면 역사적인 음식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대찌개는 정감이 있고 역사가 있는 대중음식이라 할 수 있다.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1/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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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154회, '정감이 살아 있는 부대찌게'
아무리 좋은 음식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거나 대중적이지 못하다면 역사적인 음식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대찌개는 정감이 있고 역사가 있는 대중음식이라 할 수 있다.
김우환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5/01/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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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천에서 점심 식사로 부대찌게를 먹었다.

 

이 주변에서는 병어조림, 오징어 볶음을 주로 먹었는데, 다른 메뉴를 찾다가 보니 따뜻한 찌게류인 추억의 부대찌게를 만났다.

 

​80년대 신입사원시절, 점심 혹은 저녁에 당시 고급 메뉴인 부대찌게를 맛있게 먹었던 일이 생각난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부대찌게는 칼로리를 충분하게 보충해 준 에너지 식사였다.

 

 ▲부대찌게 끓는 모습

 

부대찌개는 한국 전쟁 직후 미군과 관련된 일을 하던 한국 사람들이 경기도 동두천시와 양주시, 의정부시, 평택시, 전라북도 군산시에 주둔하던 미군 부대의 핫도그나 깡통에 든 햄, 스팸을 이용하여 고추장 등과 함께 찌개를 만들었는데, 먹을 것이 별로 없었던 이 시절에는 정말 별미였다고 한다.

 

아마 이 당시 미군부대 근무했던 사람들은 인기가 꽤 높았을 것 같다.

 

부대찌게는 의정부식과 송탄식이 있는데, 의정부에는 미 육군이 많았고 평택 송탄에는 미 공군이 많았다고 한다. 

 

의정부식은 맑은 육수를 사용하고 소시지와 햄을 적당히 넣어 김치 맛과 잘 어우러져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내고, 반면에 송탄식은 의정부식에 비해 소시지와 햄을 훨씬 많이 넣고 치즈를 첨가하여 진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 송탄식은 공군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기에 진하게 먹을 것 같은데, 한국 사람 입맛에는 김치가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내는 의정부식이 더 인기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의정부 부대찌게'는 유명하다.

 

이외에도 서울 용산구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발달한 부대찌개의 한 형태로 '존슨탕'이 있다.

 

이는 1966년 존슨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서 유래되었으며, 사골로 국물을 우려내나 라면과 김치가 들어가지 않아 부대찌개와 구별되기도 한다.

 

이후에는 라면이 보급되면서 부대찌게에는 거의 기본으로 라면을 사리로 넣어 먹는데, 이젠 당연히 라면사리가 부대찌개의 재료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라면사리는 부대찌게 먹는 초기 기분을 70~80%정도 올려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부대찌게에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충분히 붓고 찌게가 팔팔 끓을 때, 라면사리를 넣고 사리가 80-90% 정도 익었을 때, 찬물을 조금 부으면 쫄깃쫄깃한 맛을 느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라면을 통으로 넣을 것인지 반으로 잘라 넣을 것인지는 기호에 따라 결정하면 되나, 통으로 넣고 긴 면발을 쭉쭉 흡입하는 것도 먹는 묘미가 있을 것이다.

 

▲ 부대찌게 라면

 

라면을 먼저 건져 먹은 후, 사발 밥그릇에 끓인 두부, 햄, 콩류 등을 넣고 비벼 먹으면 부대찌게의 진미가 더 느껴진다. 이제는 부대찌게 느낌을 갖는 부대찌게면도 출시되고 있다.

 

아쉽게도 나이가 들면서 부대찌게에 들어가는 햄과 소시지, 라면 등이 탄수화물 덩어리라 아내들의 반발로 잘 안 먹게 되는데, 겨울에는 열량을 보충해 주고 입맛을 보정해 주는 측면이 있어 한두번 쯤은 먹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대에서 나온 부대찌게는 냄비에 여럿 숟가락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여럿이 부대끼며 정담을 나누며 먹을 때 제 맛이 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거나 대중적이지 못하다면 역사적인 음식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대찌개는 정감이 있고 역사가 있는 대중음식이라 할 수 있다.

 

강원종합뉴스 편집국 김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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