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156회, "울 엄마는 못 말려"

생.노.병.사! 인생의 사이클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죽는 날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격을 누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2/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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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156회, "울 엄마는 못 말려"
생.노.병.사! 인생의 사이클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죽는 날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격을 누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
김우환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5/02/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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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스크 어디 갔노?"

 

"아이구 야, 내 마스크 어디 갔노?" 

나도 이리저리 마스크를 찾다가 보니,

 

아이고, 어머니, 턱 밑에 마스크가 있네.

 

  © 김우환 논설위원

 

"턱 밑에 한번 보소?" 하니, 

"아, 여기 있었구나" 하시며, 멋쩍게 웃으신다.

 

오늘 아침에도 노치원에 가시는데 식사 후 양치질 두번 얼굴 화장 두번을 반복하신다.

 

8시 30분에 차량이 오는데, "시간 맞추어 내려 가시자"고 해도, '시간 개념보다는 마음 개념'이 앞서 추위에도 불구하고 10분 전에 내려가시려 서두러신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신 후로는 모든 초점이 노치원 가시는데 맞추어져 있다.

 

외투도 밍크. 털. 자켓 등 이것 저것 입어 보시고, 오늘도 일찍이 내려와 추위에도 괜찮다며 바람을 피해 차량를 기다리신다.

 

요즘, 치매 증상이 깊어지면서 주의력 결핍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마치, 발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계속 움직이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신다.​

 

TV를 켜 드려도 이해가 제대로 되질 않는지 잘 보시지를 않으신다.

 

그래도 증손주가 열나고 아프다는 소리에 계속 안부를 물으며 전화해 바꿔 달라고 졸라대신다.

 

어머니는 가족들의 안부에는 본능적으로 굉장히 민감하시다.

 

단기기억 능력은 거의 소실된 듯 금방 잊어버리시지만, 가족 안부 본능 부분은 치매와 전혀 관계없는 듯하다. 주의력 결핍에도 어머니 모습은 늘 천진난만한 어린이 같으시다.

 

감기로 잔기침 하신지 1주일이 넘었는데, 걱정이 된다.

 

약이 떨어져 오늘 대리 처방받으려 가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어쩔 수 없이 추위에 밖에서 5분 기다린 후, 주간보호센타 차량으로 보내드렸다.

 

선생님들이 환대하니 즐겁게 차량에 오르신다.

 

속 옷을 두껍게 입어셔야 되는데, 늘 "됐다" "괜찮다"는 말씀만 하시고, 아직도 인생을 폼생폼사 멋으로 사시는 분이다. 

 

아내가 잠깐 손주 간병하려 가서 아침 식사를 따뜻하고 단백질 많은 식단으로 챙겨드리고, 후식으로 곶감을 한개 드렸다.

 

반쯤 드시고 옆에 남겨 놓은 걸 보고 "곶감 안드세요" 하니, 얼른 집어 드시며 "누가 줬다"고 하신다.

 

그래도 외견상 밝고 건강하신 어머니 모습이 고맙다.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매 계절마다 동등한 의미가 있기에, 노년을 막연히 겁내지 말고 그기에 맞는 내 삶을 가져갈 준비를 하는 것이 겨울 오기 직전 계절에 해야할 의무일는지도 모른다.

 

60~70년대에는 5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할 인구구조였지만, 207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46.4%로 생산연령인구 1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될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노인들은 과거에 자녀를 키우고 가족을 부양하고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그 부담을 자녀들에게 다 지울 수는 없다.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 일들을 맡아 주어야 한다.

 

생.노.병.사!

 

인생의 사이클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죽는 날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격을 누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

 

어린 자녀에게서 기쁨을 맛보았고, 고지도에서는 보물을 찾듯이, 인생의 도서관을 지니신 어르신들이 마지막날까지 품위를 잃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가족과 국가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에는 그나마 좀 추웠던 날씨인데, 대한민국 모든 어르신들께서 건강하게 이 겨울을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추운 영하의 날씨다.

 

강원종합뉴스 편집국 김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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