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종합뉴스에서 안낙일 문학박사를 만나다 – 커피와 인생, 그리고 문학 이야기

생두 선택에서 로스팅, 잘 볶은 커피를 최상의 상태로 추출

장일신 기자 | 기사입력 2025/02/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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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원종합뉴스에서 안낙일 문학박사를 만나다 – 커피와 인생, 그리고 문학 이야기
생두 선택에서 로스팅, 잘 볶은 커피를 최상의 상태로 추출
장일신 기자 기사입력  2025/02/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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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장일신 기자강원종합뉴스는 문학과 커피, 그리고 인생에 대한 특별한 철학을 가진 안낙일 문학박사를 만났다.

 

문학 연구자의 길을 걷던 그는 어느 순간 번아웃과 내적 갈등을 겪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

 

가 선택한 것은 커피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카페 ‘플로리안’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공간 Caffe FloriA hn(플로리안)을 창립한 그는, 커피를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삶의 위안과 휴식의 매개체로 삼았다.

 

핸드드립 커피를 통해 고객과 교감하며, 작은 공간이지만 따뜻한 위로와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학과 커피, 그리고 인생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강원종합뉴스 장일신 기자가 안낙일 문학박사를 직접 만나 커피와 인생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안낙일 문학박사 커피와 인생을 이야기 인터뷰 내용이다.

 

플로리안 안낙일 박사는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을 위해 상경했던 서울에서스무살 언 저리의 시골 촌놈이 난생 처음으로 마셔봤던 원두 커피의 느낌이 지금도 선연 하다고 한다.

 

단순히 낯설고 생경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커피의 어떤 부분이그리고 그 강렬했던 느낌과 분위기가 당시의 어렸던 저를 매료시켰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죠.

 

그러나 적어도 그 이후 지나온 제 시간들의 어느 구석에서도커피와 함께 하지 않았던 경험을 찾는 것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학도 안낙일 박사는, 학창 시절 이후 나름 오랜 시간 치열하게 모색하고 준비했던 인생의 항로를 변경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과 의지를 필요로 했다.

 

어려서부터 간절하게 소망해왔던 문학 공부를 위해 계열을 바꿔 대학 입시를 다시 치르고, 이후로도 오랜 기간의 우여곡절 끝에 학위를 받고 문학 연구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러 내적 외적 요인들로 인해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점점 일상이 버거워지고, 일종의 번아웃이랄까 당시까지 숱한 불면의 밤들을 보내가며 애썼던 시간들에도 불구하고 애초 기대보다 훨씬 초라한 내 노력의 결과들을 지켜보며 무기력증에 빠져버렸다.

 

 

문학도 안낙일 박사는, 뭔가에 몰두할 소일거리가 필요한 바로 그 시점에 우연히 커피 로스팅을 접하게 되었다.

 

생두 꾸러미를 펼쳐 흩어놓고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점두들을 하나 하나 일일이 골라낸 후 커피를 볶고 다시 꼼꼼하게 살피며 불량한 콩들을 솎아내는 그 단순하기 그지없는 일들이, 그렇게 정성으로 만든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이, 인생의 중년기로 접어들며 심신이 모두 지쳐가던 당시에 나에게 마치 구원처럼 그리고 새로운 매혹으로 다가왔다.

 

쉽지않은 일이지만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당시 후학 양성을 그만두는 대신, 플로리안(Caffe FloriAhn)이라는 안식처를, 오래전 방문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유서깊은 카페의 이름에서 인연을 이어왔다.

 

정식 문헌으로 기록되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적 목적의 카페이름인데, 욕심같아서는 내가 카페의 문을 열게되면, 내 힘이 닿는 한 되도록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직하고 싶었던 플로리안(Caffee FloriAhn)이다.

 

다만 그대로 베껴올 수는 없어서, 영문 표기 이름만큼은 나의 성(Ahn)을 차용해 뒷부분을 살짝 바꾸기로했다.

 


이제 생업에 버금가는 지금도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질문이지만,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사실 커피는 기호식품에 불과하다.먹지 않는다고 해서 생존이 불가능한 주식도 아니고,병을 치유하는 약품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일상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정상적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

 

그 심신을 쉬게 하는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안거리와 취미들이 세상엔 많지만,커피는 이 때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배부르게 하는 밥이 될 수도 때론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여긴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일종의체험이다.한 잔의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한 변수와 조건들이 너무 많다.

 

질 좋은 생두 선택에서부터 로스팅,잘 볶은 커피를 최상의 상태로 추출하기 위한 환경,바리스타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그 만족도가 매우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압력과 수온,추출량을 미리 계산해 세팅해 놓은 커피 머신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들에 비해,핸드드립 커피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의 교감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플로리안을 오픈하면서 찾아주신 한분한분에게 각자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추천하고 해당 원두의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과 교감하는 일은 모두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기에 적어도 플로리안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플로리안의 매력은 핸드드립 커피다,다소 번거로워도 융드립과 테이블 드립을 고집하는 것도 고객과의 충분한 교감을 위한 것이다.

 

나에게 로스팅을 가르쳐주셨고 현재까지도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계신 저의 커피 선생님은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책임을 강조하셨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커피를 만드는 이상,최상의 신체적 컨디션과 행복한 마음으로 커피를 내려야 그것을 마시는 사람도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며,짧지 않은 그간의 경험으로도 여전히 옳다 생각한다.

 

 

철학이라고까지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업장을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플로리안을 찾아오시는 한분한분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일상의 쉼표로서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매장 입구에 걸린 칠판에 주기적으로 바꾸어가며 적어놓는 시들은,이 골목길을 오가는 모든 분들과 플로리안을 찾아오시는 한분한분에게 건네고 싶은 일종의 안부 인사다.

 

내가 직접 쓴 시라면 더 좋았겠지만,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때로 허리 펴고 고개 들어 주위 한 번 제대로 돌아볼 여유조차 가지기 쉽잖은 이 각박한 시대에,내가 고심해 골라 적은 싯귀들이 아주 잠깐이라도 무언가 생각해볼 여지를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실제로 플로리안에 들르지 않더라도,오가는 동네 사람들이 더운 여름날엔 시원한 얼음물을,추운 계절엔 따뜻한 온수 한 잔을 찾으시기도 한다.

 

플로리안 앞 작은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분들이 더러 다리 쉼을 하다 가기도 한다.프로리안은 이렇게 편안한 동네 쉼터이기도 하다.

 

 

플로리안의 문이 열린 후 두어해가 지난 초저녁 어느 날,첫눈에 보기에도 뭔가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외국인 여학생이 홀로 들어와 커피 한 잔을 청했다.

 

강원대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국제생활관이 멀지 않아 간혹 있는 일이라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게 커피 취향을 묻고 그에 어울릴만한 커피를 한 잔 내려주었을 뿐인데,잠시 후에 보니 흐르는 눈물을 삼켜가며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그 순간,가족과 떨어져 홀로 수년여 외국 거주 경험을 해본 적 있던 내입장에선 그 어린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 후 다시 찾아와 이야기하길,그저 골목 구석의 불켜진 카페에 다른 기대없이 들어왔다가,자신의 모국인 폴란드의 작곡가 쇼팽의 피아노 음악이 흐르고,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뭔가 편안했고,타국 생활의 피로함을 덜어낼 만큼의 진한 위로를 받았었다 고 했다. 

 


그 이전까지 사람을 상대하는 경험이 전무후무했던 내가 플로리안을 갓 시작하며 제반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니었고,점점 지쳐가던 나에게 그 일이 오히려 새로운 동기부여의 모멘텀이 되었던 것 같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는 싯귀에서처럼,비록 초라한 작은 동네에 자리한 플로리안 이지만,그 어느 누군가에겐 한 순간이나마 위로가 되었고 활활 타오를 때의 연탄처럼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추억의 공간일 수도 있다면,이도 제법 근사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12년전,이 작은 골목에 플로리안의 문이열리고,주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 드나들던 친구들이 벌써 아이 엄마 아빠가 되어 자녀들을 데리고 커피를 음미하며 추억이야기 나누는걸 보면 그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더러 확인한다.역시,이도 나만이 간직하는 보람이다.

 

문학박사 안낙일, 그의 바램이 있다면, 체력과 능력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초심을 유지하며 이 일을 계속하고싶다고 한다.

 

 

플로로리안 역시 그와 함께할 것이다. 분주한 일상과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의 쉼이 필요할 때, 우연치않게 찾은 뒤뚜루 마을 꽃다방 플로리안에서 휴식의 순간을 가지는 분들이 있다면 충분히 행복의 시간일 것이라고 전했다.

 

강원종합뉴스 춘천지사 장일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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