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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제61탄 추억의 '공중 전화기'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03 [15:11]

[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제61탄 추억의 '공중 전화기'

김우환 논설위원 | 입력 : 2021/07/03 [15:11]

시흥 적살뚝길 부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웬 공중전화 부스가 보인다.

감회가 새롭다.

공중전화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외부에서 소통을 위해서는 꼭 필수적인 통신수단이였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군집하는 역전이나 공공장소 중심으로 비치되어 있어, 한번 전화를 하려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혹시 앞사람이 통화를 길게 하거나 잡담으로 이어가면 짜증이 난다. 어떤 사람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다리는데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 기다림이 좀 길다 싶으면 발을 동동 굴리기도 하고 줄담배를 빡빡 피워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한국통신(KT)에서는 '통화는 짧게'라는 유명한 슬로건을 내 걸었다. 통화량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회사가 통화를 짧게 하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30년 전에 회사에서 합숙 어학연수를 받는데, 주말에는 집에서 쉬고 월요일 새벽에 연수원으로 가면서 중간지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집에 전화를 하게 되었는데 신혼부부집으로 잘못 걸렸던 적이 있었다.

젊은 새댁이 전화를 받더니 탁 끊어 버린다. 다시 집으로 전화했는데 또 새댁이 받더니 이상한 전화인 줄 알고 신경질을 부려댄다.

 

나도 급히 집으로 전화해야 되는 일인데 걸면 그 집이 나와 전화 회선 오류로 난처한 적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전화걸기 위해 동전을 넣으면 더 많은 잔돈이 주루룩 쏟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소위 돈버는 경우였다.

공중전화기는 만남의 장소 역할도 했다. 어느 날 몇시 쯤 어느 공중전화부스 옆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 제 때 나오지 않을 땐 공중전화로 언제 나갔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유용했다.

지금 우리 집에도 유선전화가 있는데, 왜 있느지 모르겠다. 아내는 '이제 필요없지 않느냐'라고 하면, 나는 추억에 '그래도 비상전화 하나는 있어야지'하며 방어한다.

한 때는 유선 백색전화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 경우도 있었다.

60년대말 혹은 70년대 초에 전화기가 막 보급될 때, 흑색전화기 100대에 백색전화기 10대 정도가 보급되었으니 백색전화기는 희소성과 깔끔한 부티가 있어 인기 좋았다.

실제로 백색전화기는 매매 시에도 프리미엄이 붙었고 모친께서는 태풍이 오면 집에 문을 잠그고 전화기만 들고 이웃집으로 피난가셨다고 한다.

이젠 도심에서는 공중전화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관리하기에 밑지는 장사지만, 국가 정책상 어쩔 수 없이 소외된 지역에 잔존시키는 것 같다.

전국민 디지탈 스마트폰 시대에 아날로그 공중전화기가 추억에 아련하다.

호기심에 한번 걸어보고 싶다. 주머니에는 아무리 뒤져도 동전이 없다. 이미 카드가 현금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라도 한장 남겨놓는 것이 그나마 큰 역사가 될 것 같아 한 장 찍어본다. 마침 23-2번 버스가 온다. 마이카시대에 나 또한 아날로그 신사인가 보다.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디지로그 세대이면서 포노사피엔스 인간의 모습을 본다.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국 김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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