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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제71탄 중복에 먹는 보리굴비 정식

김우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7/22 [22:48]

[칼럼] 김우환 논설위원 제71탄 중복에 먹는 보리굴비 정식

김우환 논설위원 | 입력 : 2021/07/22 [22:48]

중복날에 삼계탕이나 보신되는 탕을 먹지않고 보리굴비를 먹는다,...

물론 상식밖의 생각일 수도 있다.

 

 

더운 여름철 절기로 3(三伏)이 있는데, 하지 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이고 4번째 경일이 중복이고 입추 후 첫 경일이 말복이며 이를 ‘삼복(三伏더위라 하는데 오늘은 중복으로 매우 더워 37도를 오르내린다.

  

한편으로는 삼복의 더울 복()자를 쓰지 말고 복()로 표기해면 어떨까.

그것도 괜찮을 것은 3()엔 먹을 복()도 있기 때문이다.

 

00회사 모단장과 점심을 같이 하게 되어 복날에 주로 먹는 삼계탕 식당이 붐빌 것 같아 깔끔하고 좋은 식당에 보리굴비 정식을 예약했다.

식당 입구 주차장이 매우 붐벼 요즘 복날은 닭고기 바다고기를 가리지 않고 먹는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였다.

 

마침 첫 번째 나오는 메뉴가 몇가지 고명을 얹은 정갈한 닭죽이다.

중복이라 특별히 닭죽을 메뉴에 넣었다고 하는데 부드럽고 맛있는 특별 메뉴다.

 

 

 

 

 

 

 


시원한 무우물김치고기찜셀러드빈대떡이라는 녹두전마늘 연근 졸임연어회만인이 좋아하는 잡채....

 


그리고 소쿠리에 젓갈우엉 졸임 등 다섯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나와 반찬을 좀 먹다가 보니 드디어 '부세'라는 주인공 보리굴비가 등장한다.

 

굴비란 '소금에 약간 절여 통으로 말린 조기'라는 의미이며부세는 민어과 고기로 맛이나 식감이 이마에 다이아몬드 표시가 있는 굴비(참조기)보다는 좀 떨어진다.

 


하지만 부세는 황금빛을 띠고 있어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황금물고기(大黃漁)로 불려져 인기가 좋고, 부세보리굴비는 숙성된 염기가 있어 짭짤한 맛을 내어 여름철에 녹차에 말아 먹으면 특히 맛있는 요리이다.

 

보리굴비는 찬 기운을 띤 통보리를 항아리에 담은 후 그 속에 부세를 보관했는데 구수한 맛과 담백한 육질은 진정한 밥 도둑놈이라 할 만하다.

 


된장이 나오고 녹차가 나오고 물김치가 나와 녹차에 밥을 말고 보리굴비를 분해하여 식사를 시작한다

 

 

 


녹차에 말은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보리굴비 한 점 뜯어 귀하신 몸 아끼고 아껴 먹다가 드디어 밥 한그릇을 더 주문한다

 

그러고 보니 밥도독놈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리굴비는 금빛나는 등판 한 면을 먼저 먹고 난 후가운데 등뼈를 걷어내고 또 다른 한 면을 먹고마지막으로 머리 부분까지 쪽쪽 빨아 먹는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처럼 먹는 즐거움은 남에게 뺏길 수 없는 참으로 귀한 희락이다. 예전에도 서자들은 설움을 많이 받고 자란다보리굴비도 참굴비에 비해 서자 취급받는 슬픈 고기였지만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맛과 영양의 인기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생의 길도 뭔가 답답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숙성이나 숙려의 기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탈진한 자신에게 재충전이 이루어지고 나면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방황과 번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리 속에서 수양의 과정을 거쳐 더욱 숙성된 보리굴비의 정신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중복은 더위의 정점이고보리굴비는 맛의 정점인 것 같다. 매실차가 입 안을 개운하게 그리고 소화를 촉진시켜준다.

단장은 어려운 시기를 격려하며 작은 선물까지 준비해 왔다.

 


보리굴비의 교훈과 선물이 더위를 이겨나가는 진정한 중복(重福)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천 제일 음식점 중의 하나인 ‘백제원의 보리굴비'를 가끔씩 기억하고 싶다.

 


'꿩 대신에 닭'이라고, 저녁에 집에 오니 중복이라고 딸이 통닭을 한마리 보내왔다.

 

중복은 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는 사랑이 있는 절기 같다.

 

 

강원종합뉴스 총괄취재본부 김우환 논설위원 

www.kwtotal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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